윤석열 캠프의 문제 잡담

싸움이라는건 단순하다. 상대가 가위를 내면 보자기를 내면 절대 안되고, 상대가 주먹을 내면 그때 보자기를 내야 한다. 웃기는건 이 단순한 게임도 잘 못하는 사람이 무척 많다는거다. 부부나 형제지간의 싸움만 봐도 더하기 뺄셈이 통하지 않는다. 함께 사는게 서로에게 더 이득이면 이혼을 해서는 안되는데 감정때문에 이혼하고 남편과 아내, 심지어 아이들까지 나락과 고통으로 떨어지는 경우를 종종 본다. 형제지간이 서로 힘을 합쳐 부모의 병간호를 하면 부담을 조금씩 덜 수 있는데 이것도 싸움거리다.

단순한 싸움이 치킨게임이 되는 이유는 각자의 감정적 이해관계다. 부부간 싸움이 이혼으로 연결되는 것은 명확하게 주판알을 두드려서 되는게 아니라 그동안 쌓인 멍애가 크기때문이고, 형제끼리의 다툼도 그렇다. 그래서 덕분에 변호사들이 먹고 산다.

정치에서도 서로간 감정적 이해관계가 얽힌다. 과거에 대립한 관계, 원수관계가 되고 이것이 같은 편의 탄핵을 부르고, 그 여파로 상대도 몰락하지만 스스로의 정치생명도 몰락을 자초한다. 민주당도 과거 DJ 호남계와 노무현이 탈당후 모인 친노계간의 관계가 회복되지 못했다. 일부는 친문이라는 테두리 안에 들어왔지만 상당히 많은 원로 정치인들은 차라리 박근혜에게 붙었다. 국민의힘도 박근혜 탄핵을 기점으로 사분오열되고 황교안이 어렵게 이를 수습해 통합시켰지만, 총선 패배로 나가리가 되었다. 물리적 통합이 감정적 이해관계를 수습할 수 없다는 교훈을 준다.

원래 국민의힘 출신이 아닌 원외인사였던 윤석열은 대선 후보로써 아직도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구세력(친박)과 중앙당의 당권을 차지한 탈당세력(바른당계), 그리고 새로 유입된 신세력을 통합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원래 그것은 윤석열의 몫이 아니라 당대표의 몫이었지만, 역대 당대표들, 그리고 현재의 당대표인 이준석 모두 이를 실패하거나 아예 외면해버렸다. 겉으로는 국민의힘에 결집해 있는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서로 원수처럼 싸운다. 이준석은 자기 당원들과 지지층을 '극우세력'이라고 욕하고 있고, 홍준표는 당내 지지를 받지 못하고 "조국 옹호"를 하며 민주당 지지층에 추파를 던졌다. 당원들은 이런 기존 보수정치인들을 싹 포기하고 윤석열에 적극 지지를 보냈다.

지지율만 보면 겉으로는 대선가도가 열려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안은 엄청나게 구린내가 풍기고 썩어있는게 현실이다.

이 안에서 윤석열은 대선 캠프를 만들어야 한다. 결코 쉬운일도 아니고, 또 순탄할 수도 없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의 고민과 방황은 이해가 간다. 하지만 문제는 대선이 얼마 안남았다는 점이다.

솔직하게 말해 이 콩가루같은 정당 안에서 캠프를 수습하고 정돈해줄 강력한 카리스마와 연륜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적임자는 김종인인 것도 맞다. 현재 정치에서 김종인만큼 선거관리 경험이 풍부한 인사가 또 없다. 경제 민주화를 주장하는 대표적인 관료출신 정치인이지만,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어디서 부르면 달려가는 '외주 용역형 정치인'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행동하면 철새 소리를 듣지만 특이하게 김종인은 여기저기 달려가도 그런 소릴 안듣는다. 그만큼 자기 존재감이 명확하단 소리다. 철수야 배워라

문제는 몸값이 매우 비싸다. 윤석열이 김종인을 선대위원장으로 일찌감치 점지했음에도 불러오지 못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김종인의 몸값 흥정때문이다. 김종인 스스로도 박근혜와 문재인 캠프를 겪으면서 허술하게 계약하고 들어가면 본전도 못찾고 쓰이기만하고 내쫓긴다는걸 알고 있다. 이런 경험이 풍부한 용역 인력을 상대로 하려면 결국 흥정을 잘해야 한다.

"큰일 났어요. 당장 내일 콘크리트 부어야 하는데 철근이 엉망이에요!"
"내가 불러주는 번호로 용역을 불러. 일당 300불을 준다고 하면 알아서 사람들 데리고 와서 해줄거야."
"전화해봤는데 선불로 500불 달래요. 어쩌죠?"
"... 준다고 해. 일단 해결하고 보자고."

딱 이런 거다. 

이런 흥정에서 중요한 것은 두가지다. 하나는 당일에 용역에게 지급할 500불을 가지고 있느냐. 그리고 또 하나는 그 용역이 정말 일 맡기면 제대로 하느냐이다.

윤석열은 먼저 김종인에게 요구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김종인이 요구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충분한 요건인지도 따져야 한다. 그것이 맞으면 흥정은 OK다. 그러나 이게 안되니 일이 안풀린다. 만일 이것이 안된다면 대안을 찾아가야 하는데, 대안이 마땅하지도 않다.

그래서 중요한게 바로 캠프다. 지금 캠프는 일종의 반문 연대 비슷하게 흘러가는 중인데, 몸집이 지나치게 비대해지면 효율이 떨어질수밖에 없다. 여기에다가 캠프를 이끌어갈 리더십도 필요하다. 누구에게 그걸 맡길 것인가? 

내 생각에 지금 윤석열에 필요한 것은 캠프를 이끌 리더도 그렇지만, 캠프의 구성원들을 배치하고 그들을 관리할 인사담당자다. 어중이 떠중이들이 잔뜩 몰려올텐데, 아니 몰려오고 있는데 이들중에 누가 보석이고 누가 똥덩이인지 구분할 수 있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가 않다. 정치인들은 서로 자신의 인맥들을 윤석열 캠프에 집어넣으려고 안달인텐데, 정치경험이 전무한 윤석열이 이들을 판별해 낼 수 있을까?

그래서 김종인을 끌어들이려고 너무 공을 들이다 정말 중요한 걸 놓칠수도 있다는 걱정이 윤석열 대선캠프에는 있다. 이재명은 오랜 행정경험으로 이런 인맥이 거의 형성되어 있지만 윤석열에겐 없다. 선거 해본 사람과 안해본 사람의 차이는 의외로 크고, 선거 이겨본 사람과 이겨본적 없는 사람 차이도 매우 크다. 

윤석열에게 필요해 보이는 것은 선거를 이겨본 경험을 가진 관리자들이다. 2016년 이래 패배만 거듭해온 조직에서 이런 자리를 차지하려고 몰려드는 어중이 떠중이들을 다 맞상대하다 시간을 낭비하면 지금 당장 지지율이 높아도 그것은 어느순간에 허물어진다. 100만대군을 가지고 있어도 내부 조직관리에 실패해서 한순간 무너지듯이 말이다. 

이재명을 우습게 봐서는 절대로 안된다.

덧글

  • 도연초 2021/11/25 12:53 #

    말하자면 동탁과 반동탁연합군의 구도(겉으로는 낙양 탈환-황제 신병 확보-동탁 처단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결국 낙양 탈환이라는 목표 일부만 이룬 이후에 지리멸렬하게 공중분해) 같은 처지인 셈이군요.
  • 존다리안 2021/11/25 13:00 #

    그래서 2차대전의 연합군은 고집센 정치지도자들, 장성들을 집단지도체제로 엮으면서 마찰도 있었지
    만 극복은 해 냈지요.

    사실 이해 안가는 게 대전기 독일군 지휘부는 거의 외는 사람들까지 있는데 연합군 지휘부와 이를 관리했던 장성들(의외로 뛰어난 사람들이 있었다는데…)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시피 하다는 겁니다.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연구하는 것도 꽤 중요한데 말입니다.
  • rumic71 2021/11/25 14:09 #

    몽고메리와 패튼 사이에서 브래들리가 죽을고생 했지요.
  • 다채로운 아이스크림 2021/11/25 13:24 #

    윤석열은 정권 잡을 생각이 없나봅니다.
  • 피그말리온 2021/11/25 15:37 #

    애초에 그런 사람이 있었으면 국힘이 그 꼬라지가 나왔겠어요. 윤석열이 퍼거슨도 아니고...
  • Mediocris 2021/11/25 17:17 #

    경제공동체와 묵시적청탁이란 기상천외한 용어를 창조한 두뇌에겐 이 정도는 위기라고 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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