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버리고 도망치는 여경 논란 잡담


한동안 이 사건때문에 여경과 관련한 비난이 일었다. 사실 여경 문제의 논란은 이전부터 있었지만, 그게 쌓이다가 이번 사건으로 터진 느낌? 그런데 이게 단순히 여경의 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페미니즘 같은 얘기가 아니라 다른 차원에서 말이다.

먼저 우리들이 쉽게 오해하고 있는 사실들에 대해 얘기해보고 싶다.

사람들은 여자들이 남자보다 약하다고 말한다. 이 말은 어떤 면에서는 맞지만, 또 어떤 면에서는 틀린 얘기다. 순수하게 신체적인 측면에서 일반적인 여성은 일반적인 남성보다 근력이나 체력이 약한 것은 맞다. 남성과 여성이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상태에서 주먹다짐을 한다면 남성이 여성보다 더 우월적인 위치를 가진다. 그러나 이건 어디까지나 '자연상태' 자체에서의 얘기다.

특정 공간, 특정한 단체, 그리고 소지한 물건들에 따라 이런 우월적 위치는 바뀐다. 근력이 떨어지는 병약한 사람도 무기를 지니고 있으면, 아무리 근육질의 상대라도 위협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맨손이라면 상대하기도 두려울 조폭이라도 내 손에 칼이나 무기가 있다면 조금은 상대를 위협해서 싸우지는 못하더라도 내 몸을 지킬 기회가 그만큼 생긴다. 그러나 일반적인 경우에 평범한 시민이 손에 무기를 들고 있다해서 조폭이 그걸 두려워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이유가 뭘까?

답은 간단하다. 도구는 단순히 손에 쥐어있어서 역할을 하는게 아니라, 그걸 사용하는 방법과 경험이 갖추어졌을때 역할을 한다. 무기도 마찬가지다. 일반 여성의 손에 총이 들려져 있고 그것이 자신을 향하고 있다 하더라도 총 든 사람이 잔뜩 겁을 집어먹거나 총을 다룰 줄 모른다면 그렇게 쉽게 우월관계가 뒤집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여성이라도 총이나 칼을 능숙하게 다룰줄 안다면 아무리 근육질의 남성이 상대라도 그렇게 쉽게 지지 않는다.

'여경'이라는 단어는 단순하게 여자 경찰을 의미하지만, 그 속에는 여러가지 뜻이 가미되어 있다. 일단 경찰이라는 것은 시민들의 안전을 지키고 범죄자를 구속하기 위한 전문적인 직업을 뜻한다. 여자 경찰은 그 역할을 하는 여성들을 뜻한다. 그렇다면 여경은 당연히 어떤 상황이라도 시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활동을 할 수 있는 직업적 의무를 가지고 있고, 이를 위한 훈련과 단련을 통해서 자격을 갖추어야 한다. 

이건 당연한 얘기다. 소방관이 불이 났을때 출동해서 불을 진압해야 하듯이 경찰은 그렇게 해야한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 필요한 기술이나 훈련은 당연히 갖추고 있어야 한다.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는 해당 여경이 그에 대한 제대로 된 준비가 안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여기까지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비슷하게 느꼈을 것이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과연 여경만 그런가?

소소한 사건에 휘말려 경찰을 상대해본 사람이라면 느껴봤겠지만, 일반인이 경찰을 상대로 경험하게 되는 체험은 그리 유쾌한 것이 못된다. 아무래도 경찰 제복을 입은 사람 앞에서는 아무리 돈 잘벌고, 사회적인 지위가 높은 사람이라도 움츠려들게 마련이다. 하물며 일반인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집에 경찰제복을 입은 사람이 찾아오면 죄를 짓지 않아도 괜히 거슬려하는 사람들도 흔하다.

이는 해당 경찰의 외모나 재능, 기술을 보고 그런 느낌을 받는게 아니라, 경찰이라는 사회의 특수직종에 대한 일반적인 개념과 권위에 눌려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은연중에 이러한 사회적 권위에 눌려서 살고 있다.

문제는 그런 사회적 권위를 가진 경찰이 실제로는 그러한 권위를 뒷받침할 수 있는 신체적 조건이나 능력을 갖추지 못할때이다. 이것은 한마디로 사회에서 부여한 권위에 기댄 기생활동이다. 쉽게 말해 제복만 보고 범죄자가 알아서 쫄아서 칼을 내리고 엎드려 빌기를 바라는 셈이다. 근데 이게 그런대로 먹히는 경우도 많다.

여경의 문제가 단순히 여경만의 문제로 보이지 않는 까닭은, 많은 경찰들이 혹시 이런 권위에만 의존한 활동을 하고 있지 않은가 해서다. 영화속 여경들은 날렵하게 몸을 날려 폭력배들을 때려눕히지만, 현실의 여경들은 위험에 처한 시민을 내팽개치고 도망을 간다. 이런 뉘앙스는 자칫 그 특정 여경이나, 아니면 여경 전체에 대한 비난으로 흐르기 쉬운데, 이 문제의 본질은 그냥 경찰이 제역할을 할 능력이 되느냐... 여부다.

쉽게 말해서 훈련도 거의 안하고 싸울 준비도 안된 군인들이 빳빳하게 다린 제복에 훈장을 잔뜩 걸어놓고는 제대로 다룰줄 모르는 최첨단 무기 앞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자주국방 우리가 책임지겠습니다' 라고 기사를 내보내는 격이다. 사진만 보면 든든하겠지. 그리고 그 사진만 보고 '이 나라는 함부로 건들면 안되겠다'고 생각하는 나라들도 있을지 모른다. 하지만 정보를 파악하고 사진의 허위를 아는 나라, 혹은 그냥 꼴통이 다스리는 전쟁국가에게 걸리면 여지없이 털리고 만다. 이런 역사는 의외로 실제로 허다하다.

영화 '블랙호크다운'을 보면 소말리아 군벌을 잡으려는 미군 레인저 부대원들이 소말리아 민병대를 우습게 여기고 방탄복을 허술하게 입고 출동했다가 털리는 모습이 나온다. 초라한 소말리아 민병대들을 상대로 '미군'이라는 우월적 지위에 기대어 장비를 허술하게 여기다 생긴 일이다. 결국 미군들은 스스로를 구하기 위해 자신들보다 급이 낮은 파키스탄 군대가 파견한 전차의 도움을 받는다. 아무리 잘 훈련된 군대라도 방심하고 장비를 허술히 하면 어찌되는지 보여준다.

해당 여경 사건에서 내가 주목한 것은 어째서 눈앞에 흉기를 든 범인을 향해서 무기를 사용할 생각을 못하고 도망을 쳤는가이다. 기를 지참하지 않았거나, 아니면 가지고 있는 그걸 쓸 생각을 하지 못해서일까. 무기를 사용했는데도 상대를 제압못하고 본인의 신변에 위험이 닥친다면? 그래도 피해자를 두고 도망을 치면 안되는게 경찰이다. 평소에 무력한 시민들을 상대로는 거들먹거리며 권위를 내세우는 제복입은 사람들이 강한 상대 앞에서는 한없이 약해지면 그게 경찰인가? 그래 경찰은 맞다. 무능한 경찰.

경찰은 평시에 합법적으로 폭력을 저지를 수 있는 몇 안되는 직업이다. 우리는 그것을 공권력이라고 부른다. 코로나 사태 속에서 광화문 앞에서 방역 무시하고 문재인 정권 반대를 외치던 힘없는 노인들을 상대로는 정의를 구현하던 경찰이, 자신의 목에 칼을 겨눈 범죄자 앞에서는 그놈에 정의는 어디로 내팽겨쳤는지, 등을 보이고 도망을 치는게 지금 경찰의 현실이다. 전쟁터에서 적을 보자마자 무기를 버리고 달아나는 수많은 무능한 군대들처럼 범죄자를 보고 달아나는 경찰... 그리고 그것을 스스로 부끄러워 하지 않는 경찰 동료들과 그걸 남에 일인양 말하는 정치인들과 대통령... 우리는 지금 그런 사회, 그리고 그런 정부를 떠안고 살아가고 있다.

근데 이게 경찰만 그러겠느냐라는 것이다.

덧글

  • 담배피는남자 2021/11/24 02:34 #

    오히려 해당여경은 좀 불쌍하게 생각될수도 있는게 첫 발령받은 완전 쌩신입이었음
    그것도 코로나 때문에 훈련은 온라인으로 받은게 전부임

    해당사건에서 피해자는 지속적으로 신고하면서 위급함을 알려왔는데도 그런 인력을 보냈다는게 여경만이 아니라 경찰조직 전체가 문제있다는거고
  • 존다리안 2021/11/24 09:19 #

    미국 경찰 총기 사고 때문에 미국경찰 질 낮다 운운하던데 알고보니 그 밑이 있었던 거죠.
    차라리 용의자는 닥치고 움직이면 쏘는 미국경찰이 믿음직할 지경입니다.
  • 피그말리온 2021/11/24 18:28 #

    무능한 사람이나 조직은 어딜가나 있죠. 여경은 거기에 불공정하게 뽑힌 존재라는 것이 더해진 것이고....무능함과 불공정을 전부 안고 있으니 더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 스카라드 2021/11/25 21:52 #

    90~2000년대 경찰들이 그립기도 합니다. 남경,여경 할것없이 이런 병크는 안 저지른 것으로 기억합니다만. 해당 사건이 일어났을때 여경은 그렇다 쳐도 남경이 테이저총을 바로 쏴서 미친 놈을 제압했다면 피해자 부인이 다치는 일이 없었을겁니다. 여명숙 전 의원이 아주 산랄하게 사건을 정확히 분석해주셨지요. 남경여경 둘 다 똑같은 @@들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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