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혐과 웹툰 논란 잡담

최근 몇몇 웹툰을 두고 논란이 벌어졌다. 대체로 여혐 관련 논란이다. 어느 시대고 어느 정권이고 창작의 자유를 좋게보는 경우는 꽤 드물다는 것을 사람들은 망각한다. 이현세의 '천국의 신화'가 청소년 보호법 위반으로 재판에 넘겨진게 1998년이고 2000년에 실형이 내려졌다. 노무현-이명박 정권 시기엔 각각 모바일 성인만화가 금지당했고, 아동청소년 보호법이 통과되었다. 모두 창작의 자유를 심각하게 통제하는 법이다.

물론 아동을 성적 대상으로 삼거나 하는 등의 일들이 옳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창작에는 엄연히 성적 표현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애당초 인간의 몸 - 특히 여체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이 예술의 기본이고, 또 사랑이라는 테마를 다룰때 성적 표현은 필연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서슬퍼런 군부독재 시절에도 작가들은 성적 표현을 그리다가 제재를 받고 했던 것이다. 이것을 법적으로 규제를 가하니 당연히 마찰이 생긴다.

여혐논란도 비슷한 문제다. 세상의 절반이 여성인데, 무조건 여성을 올바르고 긍정적으로만 그릴 수는 없다. 여성혐오를 일반화하는 것이 문제라고 볼 수도 있지만, 가부장적 남성문화가 무차별적으로 비난받듯이, 여성문화에 대한 비판적 시각도 당연히 존재한다. 이를 여혐이라 몰아붙이고 무조건 반대하고 심지어 제재를 가하는 것이 옳은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일반화된 여성에 대한 혐오보다, 특정 여성을 표적으로 삼아 혐오하는 것이 더 문제가 클 수도 있다. 최근 불거지는 인터넷 댓글에 의한 자살사건들이 그 예다. 일반화된 혐오는 사회적 편견을 불러오기 쉽지만, 개개인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경향을 의외로 얕다. 물론 여혐에 의해 묻지마 폭행이나 살인이 벌어지기도 하지만, 애초에 그런 일을 저지르는 사람들 자체가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이지, 여혐이 존재한다고 모든 남성들이 여성들을 묻지마 폭력을 저지르는것이 아니다. 오히려 특정 인물을 대상으로 표적을 삼아 무차별적 폭언을 하는 것은 특별하게 이상한 사람들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들이다. 피해자가 소수고, 가해자가 절대다수라는 점에서 전자보다 후자가 더 비열하고, 더 위험하다.

특정 성에 대한 혐오를 줄이기 위해서는 법적이 제재나 일방적인 매도가 아니라 남녀간의 폭넓은 소통의 공간이 더 중요하다. 부부관계가 비틀어지는 것도 결국은 몸은 가까워도 소통은 거리가 먼 관계에서 비롯되고, 친우관계가 멀어지는 것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 사회에서 벌어지는 여혐 논란에 대한 많은 이들의 대응, 언론들의 자세, 그리고 정부의 행위들은 이런 남녀간 소통을 되려 차단하고 있다. 애초에 여성부라는 독립된 부서가 정부조직에서 수십조를 쓰고 있다는게 이상한 거다. 취약한 여성들을 위해서라고 하는데, 지금 가장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은 여성이 아니라 빈곤한 노인들과 취업을 못하는 청년들이다. 이들을 방치한체 여성들이라는 거대그룹에 수십조를 낭비하니, 당연히 빈곤한 노인들은 태극기 들고 거리로 쏟아져나오고, 취업 못한 청년들은 커리어를 쌓을 기회조차 얻지못한체 값싼 문화의 홍수 속에서 세월을 낭비한다. 이런 사회적 세태가 결국 출산율과 빈부격차, 그리고 여혐문제까지 다 이어진다.

웹툰에서 특별하게 논란이 벌어지는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가 생각해볼 지점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특이하게 만화는 공공재다.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라는 두 거대 포털이 모든 정보를 독점하는 특이한 시스템 아래에서 만화는 웹툰이라는 형태로 무료로 제공된다. 여기 익숙하다보니 사람들은 만화를 공공재로 인식하고 당연히 만화를 그리는 만화가들은 공공을 위해 창작을 해야하는 문제를 겪는다. 만화가 특정 웹툰 업체에 의해서 제공되는 형태라면 쉬이 벌어지지 않을 일이다. 각각의 업체들이 자기들만의 시각으로 소재를 발굴하고 편집을 하고 만화를 내보내는 체제에서는 다양한 독자들을 위한 다양한 주제와 소재의 만화들이 출판된다. 그러나 특정 몇개 포털이 편집권을 지배하는 만화 시스템에서는 결국 비슷한 만화들이 비슷한 내용을 갖고 대량 양산된다. 중요한건 독자들의 취향을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포털의 광고수익을 위해 페이지뷰를 늘리는 그 하나가 목적이 된다. 직접적으로 작가에게 강요하진 않아도, 결국 포털에 대한 기여도만큼 수익이 올라가니 작가들의 자기검열이 강화된다.

이런 비정상적인 만화시스템을 만화가들은 높은 수익을 보장받으며 묵인해왔고, 그 결과 스스로의 창작의 자유는 몇몇 팬덤이나 소수 그룹에 의해서 통제당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여혐논란에 의한 창작의 자유 침해다. 포털의 문화시장 지배를 허용한 작가들이 스스로 불러온 결과다. 포털이 제공하는 수백만에서 수천만원의 고료에 취해서 스스로의 창작권을 팔아넘기고, 포털의 충성도 높은 팬덤에 의해서 통제당하는 작가들을 과연 작가라고 불러야 할까? 포털의 공공재인 작가들은 자유를 부르짖을 권리가 없다. 그저 포털의 거대농장에서 페이지뷰를 경작하는 노예일 뿐이다.



덧글

  • 터프한 둘리 2020/09/15 13:01 #

    이번 기안84건 보면 그렇습니다.
  • 존다리안 2020/09/15 14:03 #

    정론이네요. 맞는 말입니다.
  • 도연초 2020/09/15 14:43 #

    그야말로 '돈'에만 집착해서 어떤 결과를 초래할지 생각조차 안했다는 거군요;

    사실 강풀 등 정치성 강한 작가들이 많았을 뿐만 아니라 특히 광우병 시위당시 입이라도 맞춘듯이 촛불시위 지지성명을 만화로 내고 하는 등 행동을 했던 게 저거와 관계가 있었던 거였다니... 그야말로 제 살 잘라먹는 일이었군요
  • 존다리안 2020/09/15 17:24 #

    http://naver.me/GtjA082j
    국내에서는 아예 이런 이상한 말까지 나오네요.ㅜㅜ
    이런 논리라면 인디만화는 무가치라는 논리가 성립됩니다.
  • 크뤼스 2020/09/16 10:51 #

    글 야무지게 잘 쓰셨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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