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는 또 지고 있는가 잡담


최근 드러난 난잡한 사건을 제외하면, 지난 일주일동안 뉴스에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코로나 방역에 잘 대응하고 있는지에 대한 보도들과 함께, 대통령과 장관과 여당 지도자들의 굳어졌던 표정이 다소 완화되는 모습들이 드러났다. 물론 아직도 중국발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은 줄어든 것은 아니다. 다만 따스한 봄이 찾아오고, 땅에서 풀이 돋아나고, 나무에 꽃이 피기 시작한 시기와 맞물려 정부의 이전보다 여유로운 태도는 이를 뉴스를 통해 바라보는 국민들에게 모종의 안도감을 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같은 시기, 선거를 한달여 앞둔 여당과 야당은 공천문제로 시끌법석했다. 공천갈등과 비례정당의 위선적 행태들은 여당이나 야당 모두 똑같이 문제를 터뜨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가 거듭될때마다 여당이 야당보다 좀 더 우위에 있는 지점들이 드러나기 시작했고, 한동안 불거지지 않던 야당필패론이 다시 거론되기 시작했다. 현재는 상당히 많은 보수언론과 유튜브 스피커들이 미래통합당의 총선 패배 가능성을 매우 높게 언급하고 있다. 어째서일까?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선거이슈가 되는 세가지 요소가 있다. 첫째는 경제문제이고, 둘째는 정부심판론, 그리고 셋째가 정치적 당위의 문제다. 

경제는 중국발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기 이전부터 문제가 많았다는 것을 누구나 다 알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 사태로 더욱 더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위기가 현정부의 무능으로 인한 경제실정을 희석하는 요소도 분명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어리석은 정책들이 정당화되는 것은 절대 아니다. 전염병으로 인해 벌어지는 경제적 문제를 기본소득이라는 개념을 슬쩍 끄집어 돈을 나눠주는 정책을 실행하려하지만, 어디까지나 '특수한 상황' 아래에서 허용될 수 있는 '특수한 정책'에 불과하다. 물론 이 정책에 올바른 것이고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총선에 대한 정부심판론은 분명히 존재한다.최소한 40%에서 절반 가까운 유권자들은 정부심판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정부심판은 달리 말하면 정부에 대한 견제이기도 하다. 코로나 사태가 정부에 대한 지나친 견제가 발목잡기가 되어 더욱 질병대처를 어렵게 할 것이라는 부담도 있지만, 국민들의 삶에 해악을 끼치는 것은 코로나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지금은 모든 이슈가 코로나에 쏠려있지만, 총선까지 앞으로 20여일 이상이 지나는동안에 서서히 이슈들이 다변화될 것이다. 문제는 이런 이슈의 다변화와 정부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을 야당들이 얼마나 적절하게 지적하고 유권자들을 설득해내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나 이것은 선거와는 별개로 야당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현 시점에서 보수가 패배하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야당 스스로 정치적 당위'를 확대생산하지 못하는데 따른다. 비례정당이나 편법적 공천에 따른 총선 파행의 원인은 개정된 선거법에 있고, 그 원흉은 집권여당인 민주당과 그 파트너인 정의당과 4+1연합체들이다. 보수야당은 이 문제에 대해서 충분히 공세적으로 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까지 야당은 이 문제를 스스로 이슈화시키지 못했다.  검찰에 대한 무분별한 압력행사와 청와대를 중심으로 불거진 선거비리와 각종 의혹들에 대해 진보세력 내부에서 파열음이 나고 진보언론에서 '민주당만 빼고'라는 프레임이 나올때에도 보수 야당에서는 아무런 정치적 공세를 해내지 못하고 있었다.

미래통합당의 대정부 공세가 무른 가장 이유는 전략의 부재다. 누굴 상대로 어떠한 싸움을 해서 무엇을 쟁취할지가 보여지지 않은체, 선거에만 올인중이다. 문제는 선거는 이런 전략의 가장 중요한 수단이지 목적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유권자들에게 보수가 선거에 이겨야 하는 이유를 설득해야 하는데, 그것은 쏙 빠진체로 보수통합만 성전처럼 외친다. 목적의 불분명, 전략의 부재는 결국 여당에서 슬쩍 끄집어낸 개헌논의 앞에서 보수세력이 흔들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총선을 코앞에 두고 '국민 100만명 발의 헌법개정안'이라는 전대미문의 중요한 이슈 앞에 보수 중진들이 침을 흘리며 달려드는 꼴이 농담처럼 현실로 드러나 버린다.

과거 노무현 정권 당시에도, 노무현이 '보수야당과 대연정'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는데, 당시 당대표였던 박근혜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던 사실이 있다. 정권교체를 통한 집권이라는 대전략이 명확한 야당 입장에서 실정을 거듭하는 현정부와 손을 잡아 그 책임을 나눌 필요를 느낄 수 없었기때문이다. 그러나 현 보수세력들은 총선 코앞에 둔 시점에 여권이 꺼내든 뻔한 정치공학적 미끼를 스스럼없이 물어버린다. 이게 보수의 현주소다.

여기엔 누구보다 황교안 대표의 책임이 절대적이다.



언론에 대통령과 장관, 그리고 지자체의 여당 지도자들이 보건의료기관과 군부대, 그리고 각종 전염병 방역과 관련된 단체들을 찾아다니며 국민 안전을 위한 정책과 비전을 제시하는 동안, 이를 견제하고 똑같이 각종 보건대책에 대해 고민하고 국민들의 어려움을 수렴해서 정부를 비판해야 할 당 지도부와 당대표는 자리를 비워두고 종로에서 딱 한 의석을 차지하고자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

24시간동안 거의 절반을 정부와 여당 관계자들이 국민들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쓰이는 미디어들 속에서 야당 대표가 종로구에서 선거운동 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은 단 몇분도 되지 않는다. 이 불균형함이 바로 황교안이 이재명에게 지지율이 뒤처지는 결과는 낳는다.

문제는 이것이 단지 황교안 개인의 문제로 끝나는게 아니라, 총선 전체에서 당의 지원을 받아야 할 전국의 후보들과 선거운동 관계자들이 조직으로부터 외면당하고 개별적인 전투를 치러야 한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풍기고 있다는 점이다. 오세훈 후보가 광진을 지역구에서 선거운동중에 친여 지지단체로 보이는 이들로부터 집단 린치를 당한 것에서 볼 수 있듯이, 이번 선거는 절대로 순탄하게 치러지기 어려운 선거이기도 하다. 중앙당의 대정부 견제와 발빠른 위기관리가 굉장히 필요한 선거다.


그런데 지금 상황은 사단장이 사단사령부 비워놓고 권총들고 혼자 싸우러간 사이에 각 연대 중대들이 지원도 못받고 서로 연계도 못한체 참호전을 벌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걸 이길거라고 생각한다는게 용감한건지 무식한건지 모르겠다.


유권자들중엔 패배하더라도 보수를 지지하려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그보다 더 많은 유권자들은 패배가 확실한 보수를 지지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중도층은 이기는 쪽에 딜을 하지, 패배하는 쪽에 표를 주지 않는다. 정치적 당위는 별게 아니다. 정치적으로 희망을 심어주는 것이 정치적 당위다. 사단장이 권총 꺼내들고 싸우는 게임 어디에서 희망을 찾을 수 있는지 궁금하다.

이대로라면 이번 총선은 지난 지방선거 못지않은 큰 패배를 보수가 할 것으로 예상한다. 당대표가 자기 선거 포기하고 지휘부를 재건해서 전체 전략을 잡고 대정부 견제와 선거 관리에 전념하던지, 아니면 그냥 당대표 때려치고 자기 선거만 집중할 일이다. 스스로 멀티플레이를 할 수 있다고 믿는다면 그것은 오만이다. 또한 여당이 던져놓은 헌법개정안 미끼를 미련없이 던지고 거부해서 분열 조짐이 있는 야권의 전열을 재정비해야한다. 보수 유권자들, 보수 지지층들에게 보수세력 스스로 승리할 수 있다는 믿음을 흔들림없이 전달해야 한다. 개헌안에 군침흘리는 중진들을 강하게 경고해서 뻔한 사탕발림에 넘어가 진지를 벗어나는 우매한 짓은 보이면 안된다. 코로나 전염병 사태에 관련해서 국회를 주도해 정부의 실수를 크게 다그치고 국민의 불편함을 적극적으로 수렴하는 모습을 매일매일 드러내야 한다. 

그러나 보수는 이중 하나도 실천을 하지 못하고 있다. 보수는 지금 지는 싸움을 하고 있다.



덧글

  • 바탕소리 2020/03/25 14:28 #

    보수가 또 지는 거라면, 올해 안으로 우리나라는 한미동맹을 탈퇴하겠군요.
  • SKY樂 2020/03/25 17:20 #

    당장은 힘들고 임기말에 터뜨릴 가능성은 있죠
  • 크뤼스 2020/03/25 20:03 #

    진보 보수를 떠나서 한미동맹 탈퇴가 현실적인 이야기인가요 ??두 분이 무엇을 근거로 이런 이야기를 나누시는지 개인적으로 궁금합니다
  • 이명준 2020/03/25 23:37 #

    지금 방위비 협상 계속 파토 나는거에서 가능성이 올라오죠
  • 바탕소리 2020/03/25 23:38 #

    지금까지 (탈원전, 소주성, 기타 등등에서) 문재인 정권이 보여준 똘끼를 봐서는 이 개또라이들이 방위비 협상에서 사보타주(sabotage)를 하고 있다는 의심이 충분히 들고도 남는데요.
  • 타마 2020/03/25 15:15 #

    여당이 죽을쑤면 그걸 기회로 삼을 줄 알아야 하는데... 같이 죽쑤고 있는 꼴을 보면... 허허...
  • SKY樂 2020/03/25 17:21 #

    어차피 누가누가 더 못하나 싸움..
  • 이명준 2020/03/25 16:56 #

    다시금 김종인이 올라오더라고요

    이런 와중에도 6:4 5.5대 4.5 구도가 나오는게 그만큼 민주당 비토가 많다는거죠

    사실 이회창 정도의 인물만 있었어도 민주당이 박살이 났을거라는게 참..
  • SKY樂 2020/03/25 17:21 #

    김종인 선대위원장 카드는 꽤 유효하다고 봅니다.
  • 2020/03/25 17:10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20/03/25 17:26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피그말리온 2020/03/25 18:14 #

    황교안은 부족해요. 그건 누구나 다 알죠. 문제는 그래서 황교안 끌어내리면 누굴 내세울거냐는거죠. 지금 보수가 지리멸렬한건 다들 고만고만해서 머리가 되고 싶어하니 방향을 못 잡고 있어서죠. 황교안 내세워 문재인 끌어내린 뒤에 황교안을 끌어내리는게 쉬운지, 황교안 끌어내리고 문재인 승리하게 둔 다음에 문재인을 끌어내리는게 쉬운지 생각해봐야 하는데...쩝...
  • K I T V S 2020/03/25 18:19 #

    재수없는 소리는 하지 마세요 좀
  • Eraser 2020/03/25 20:00 #

    100만 국민개헌청원의 진짜 목적은 대통령 권한 다 뺏어버린 다음에 자신들이 기득권을 독식하고 끼리끼리 나누어서 죽을 때까지 국회의원직 해야겠지만 코로나사태 같은 위기시에는 뒤로 숨어야 하니 허수아비 대통령이랑 관료들을 고기방패로 던져놓고 어디 물좋은 곳에 모인 다음에 부어라 마셔라.. 정말 답답한 상황입니다.
  • 휴메 2020/03/25 20:14 #

    진보성향 커뮤니티들 보면 박근혜 탄핵때 수준으로 열성(광)적이고 신앙적으로 이재명 밀어주고 있더군요
    물론 디지털전사님들 주축으로 많이 보이더라구요
    황교안으론 역부족인게 여실히 보입니다
  • 버릇없는 꼬마눈사람 2020/03/25 20:40 #

    안철수도 그랬지만, 정치를 하려면 빨리 들어와야 합니다. 들어와서 죽이 되건 밥이 되건 뭔가 해보면서 경험을 쌓아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대선 들어가기 전까지 말이죠. 처음부터 잘 하는 사람은 없으니까요. 황교안 대표도 아마 그런 식으로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야, 경험을 쌓고 나서야 정치인으로 제대로 활동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문제는 시간이겠죠.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실패하면 계속 흠집내기에 시달릴 거고 책임도 져야할 거고. 대선 주자로서 그 전까지 정치인으로서 '완성'이 될지.. 잘 모르겠습니다. 공천 말썽 나는 거 봐서는 일단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사람들 말 잘 골라듣는 연습도 필요해 보이고.

    그런 면에서 저는 우리나라에서도 젊을 적부터 전문적으로 정치(운동권들 말고 ㅋ) 훈련을 받은 사람이 정치인이 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말이죠.
  • 2020/03/26 05:52 #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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