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단상 잡담


만일 내 가족이 그때 그 배에 타고 있었다면?

세월호는 다른 재난사고와 다른 점이 두가지 있다. 하나는 배가 뒤집히고 그안에 갖힌 승객들이 물속에 잠기는 모습이 그대로 전파를 타고 국민들에게 노출되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그 안에 탄 승객들중 다수가 어린 학생들이라는 점이다.

이 두가지를 제외한 나머지 부분들, 화물과적, 불법증축, 승무원들의 도덕불감증, 그리고 해경의 무능한 조치들, 정부의 안이한 태도와 수습등등은 이전의 재난사고, 그리고 이후의 재난사고에 똑같이 드러나는 문제다. 대통령이 7시간동안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거나 하는 부분들은 사고와 관련해서 생각보다 지엽적인 문제다.

오히려 세월호 문제의 심각성은 갖가지 정치적 주장들과 입장들이 뒤섞이며 왜곡되고 변조되고 덮어졌다. 당시 야당이었던 현 여당 정치인들은 정부가 세월호를 일부러 구조하지 않았다거나 심지어 일부러 침몰시켰다는 등의 근거없는 음모론을 실컷 이용해먹었다. 물론 여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정부와 당시 여당의 잘못은 더 크다. 게다가 업무시간에도 늦잠을 자느라 현황을 뒤늦게 파악했던 대통령도 잘못한 것이 많다.

그렇지만 이런 정치적 뒷얘기들은 세월호의 문제를 하나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고 문재인 정부가 들어섰지만, 해난 사고는 오히려 더 늘었다. 게다가 대통령이 사고 즉시 보고를 받았는데도 불구하고, 낚시배에 갖힌 사람들을 구출할 해경 구조대는 훨씬 뒤늦게 출동했다. 무엇이 더 심각하냐 아니냐의 문제가 아닌, 그냥 다 심각한 문제다.

우리가 세월호 문제를 제대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다. 첫째는 이런 사고가 또 벌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나 혹은 내 가족이 거기 타게 될수도 있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둘째는 정치적 논란을 걷어내고, 사고 자체를 보고 만일 이런 사고가 또 벌어질 경우 승무원들의 적절한 조치, 해경의 신속하고 전문성 있는 구조활동, 그리고 현지 책임자의 적절한 권한 위임을 통한 지휘감독등등 세월호 사고당시 배가 뒤집히는데도 속수무책으로 바라보기만 해야했던 답답함을 더이상 보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우리는 4년이 되도록 그렇게 하고 있는가? 아직도 선박사고는 나고있고, 그런 사고는 앞으로도 나게 될것이다. 그렇다면 그렇게 사고가 벌어졌을때 과연 우리는 '충분히 살 수 있는 사람들을 살리고 있는가'

세월호 4주기에 우리가 정말로 바라봐야 하는 지점은 배 밑바닥에서 잠수함이 들이박은 흔적을 돋보기 들이내밀고 찾아보는 것에 있는게 아니다. 정부가 아무리 '안전한 나라'를 외쳐봤자, 4년동안 벌어진 해난사고에서 사망자 비율이 계속 높아지는 현실 앞에서는 그저 구호에 불과할 뿐이다. 우리는 말이 아니라 행동이 필요하다. 적어도 그런 유능한 정부가 나와야 우리와 우리 가족들이 안전해지는 것이다.



덧글

  • gg 2018/04/17 00:02 # 삭제

    의외로 굉장히 높은 비중의 사람들이 그 날 사건이 그저 정권의 문제였다고 여깁니다.
    지금도 솔직히 많이 기세가 줄었지만 추모행진이라던가 모 행사 참여자들의 다수는
    그리 생각할거고요.
    문제는 이제 그 날 사고에 관심을 갖고있는 (남아있는)사람들이 한다는 "행동"이, "뭔지 모를 진실"에만
    방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겠죠.
    그러니 그 날 사고가 "정권의 문제"였고 그 정권이란걸 바꿨으니 달라질거라 생각한다는겁니다.
    "진실을 위해 행동한다"지만 실제론 행동하지 않는 모순적인 행태라는거죠.
    제가 볼때 이제 세월호를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없는거 같습니다.
    교훈을 생각하고 행동할 시기가 지나치게 지나서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 날 사고에 대해 그나마 관심을 갖는 사람들은 자기들이 영원히 못찾을 진실만 쫓을테니까요.
  • 지나가는 2018/04/17 01:56 # 삭제

    그 사고는 그 정부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정부는 자신의 문제로 만들어 버리는 바보같은 짓을 여러가지 했죠.
    세월호 사고로 얻을수 있는 교훈이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앞으로 어느날 비슷한 피해를 당하셔도 지금과 같은 얘기를 하셔야 합니다. 누가 뭐라 하던간에
  • gg 2018/04/17 12:09 # 삭제

    오해하시는데, 저도 그 날 사고가 당시 정부의 문제라고 하는게 아닙니다
    그 날 사고에 관심이 “남은” 사람들이 ‘그렇게만’ 생각하고 있어서, 그게 체계정비에 도움이 안된단겁니다
  • SKY樂 2018/04/18 21:25 #

    사고는 또 날것이고, 그때 똑같은 일이 벌어진다면 그게 대참사겠죠.
  • 곰돌군 2018/04/17 03:50 #

    예전에 장문의 포스팅을 한적이 있었지만... 소를 잃어도 외양간을 고칠사람은 보이질 않으니
    그자 앞날이 두려울 뿐입니다.
  • SKY樂 2018/04/18 21:31 #

    당장 인기에 도움안되는 일은 안하려는지 감성자극하는 행사만 요란하니 답답하네요.
  • 풍신 2018/04/17 09:32 #

    까고 말하면 이거죠.

    만약 누군가의 가족이 세월호에 타지 않고 있었지만, 세월호 사고 이후에 일어난 해상 사고의 행방불명자였다면?

    아무도 신경 안 쓰고, 특별법은 커녕 정부가 도와주지도 않고, 언론은 한두번 기사 쓴 후에 인터뷰도 하지 않고 잊어버린다. 그리고 행방불명된 시체는 영원히 사라져버려도 아무도 애도해주지 않고 찾을 생각 갖질 않는다.
  • SKY樂 2018/04/18 21:32 #

    세월호 일반인 가족들은 이미 잊혀졌는데요 뭐
  • 파파라치 2018/04/17 15:58 #

    정치인들은 이슈를 따라다니는 철새라고 치부하더라도... 누군가는 시스템을 개선하고 적어도 그때보다는 안전한 사회를 만들고 있어야 하는데, 그런 사람이 아무도 없는 것 같으니 암울할 따름입니다.
  • SKY樂 2018/04/18 21:32 #

    공직자들이 무사안일한게 원래 그러는건지, 아니면 위에서 일을 못하게 막는건지 궁금하네요.
  • Megane 2018/04/17 21:02 #

    조선시대 붕당정치와 별반 다르지 않은 지금...
  • SKY樂 2018/04/18 21:33 #

    역시 단일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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