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카터, 바숨전쟁의 서막(2012) 영화,비디오


SF는 과학소설(Science Fiction)이라고 칭해야 하겠지만, 하나하나 따지고 들다보면 그 배경이나 등장인물이 우주나 외계의 행성, 외계인정도로 설정되었을뿐, 내용은 과학과 아무 상관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스타워즈같은 경우에 우주선과 외계인, 로봇이 잔뜩 등장하지만, 과학이라는 개념이 보이는 구석은 별로 없지요.

과학이라는 학문이 대중화된지 1세기가량이 지나고 있고, 또 그만큼 과학적 교양이 어느정도 정착된 사회일수록 이런 허무맹랑한 과학적 허구가 유행을 끈다는 것은 특이한 일입니다. 한때는 SF라는 장르가 시대의 발전을 쫓아가지 못한다고도 여긴 적이 있었지만, 창의적인 인간의 상상력은 언제나 그러한 발전을 토양으로 자라나기 마련이니까요.

마이클 크라이튼의 '쥬라기공원'처럼 유전공학과 고생물학을 소재로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전개하는 것처럼 과학소설은 이제 나름의 체계적인 재미를 요구합니다. 최근 상영한 '그래피티'도 마찬가지의 경우죠. 이와는 달리 광선총과 우주선이 존재하는 세계에서 칼을 들고 싸우는 미개함이 뒤섞여있는 스타워즈나 화성의 공주같은 작품들은 대체로 논리보다는 과학적 상상력이라는 소재들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허구에 의존합니다.

컴퓨터 그래픽같은 영상기술적인 부분을 제외한, 재미면을 보자면 아무래도 전자보다는 후자가 더 낫습니다. 인간이 외계에 나가서 다른 외계인을 만난다고 가정했을때, 팔이 네개나 달리고 초록색의 피부를 가진 뿔달린 외계인들을 관찰하고 탐구하는 이야기보다는, 실오라기만 걸친 육감적이고 아름다운 공주를 괴롭히는 괴수를 상대하는 이야기가 더 즐거울테니까요. 

바로 그런점때문에 디즈니의 2012년작인 '존카터, 바숨전쟁의 서막'은 여러모로 SF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을만한 장치들을 많이 가지고 있는 영화입니다만 문제는 그 하나하나의 매력적인 요소들이 ,마치 종류만 다양하고 무엇하나 살만한게 없는 할인마트의 저가코너에 진열된 상품들처럼, 전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겁니다.

서부극 영화에서 인디언이 도시에서 백인흉내를 내는 소재와, 백인이 인디언 마을에서 인디언처럼 살아가는 소재중에 무엇이 더 흥미를 끌 수 있을까요? 이질적인 공상적 시공간을 제공했을때, 그것을 더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는 바로 이질감 그 자체입니다. 그것을 관객이나 독자에게 설득하는 것이 작가와 감독의 숙제입니다. '존카터...'에서 주인공이 화성으로 이동했을때, 사람들은 상상속의 화성이라는 이질적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더군다나 화성의 '실오라기 정도만 걸친 육감적이고 아름다운 공주'라니오... 그리고 괴이하고 흉측한 초록피부의 외계괴물이 그 공주를 위협하고... 

대강 이런느낌?

이러한 요소들을 어떻게 버무리느냐에 따라서 작품의 매력은 극과 극으로 달라지기 마련입니다. 매력적 요소가 어디에 있든, 설사 그것이 뻔한 섹슈얼 판타지에 의존한다 할지라도, 대중들이 납득할만한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야말로 허구로 도배된 작품의 성공을 가름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지요.

존카터...는 그런 면에서 보면 괜찮은 재료를 가지고 만든 4천원짜리 김밥천국 메뉴같은 느낌입니다. 분명 있을건 다 있는데, 가격이상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밀도 낮은 재미를 가지고 있지요. 킬링타임용으로는 그럭저럭 나쁘지는 않습니다만, SF팬의 입장에서는 기대를 일찌감치 접게 만드는 영화였습니다. 화성의 공주가 그리 매력적이지도 않았고, (게다가 많이 벗지도 않았..) 무엇보다 외계생명체에 대한 뻔한묘사에 실망스러웠습니다. 이제와서 보면 에일리언이 얼마나 잘만든 SF영화인지 새삼 깨닫게 되죠.

하지만 영화 아바타에서도 마찬가지로 외계종족(나비)의 묘사가 인디언을 그대로 빼다박은듯 뻔합니다만, 그럼에도 재미없다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역대 한국개봉영화중 최고흥행작..) 결국 같은 방식의 레시피라도 누가 요리하느냐가 작품을 결정한다는 얘기죠. 

최근 볼만한 SF물이 소설이든 영화든 찾아보기 힘든 현실에서 당분간은 그런 갈증이 계속 더해질 것 같습니다. 이럴땐 그냥 고전을 찾아 보는게 더 나을지도요.



덧글

  • 다져써스피릿 2014/03/18 17:24 #

    영화가 원작의 1910년대 펄프공상과학 삘을 제대로 낸지라 예상외로 맘에 들었던 영화였습니다.
    하지만 그 펄프삘이 대중들이 원하고 기대하는 것과 너무 동떨어져 있었고
    덕분에 마케팅도 "이걸 어떻게 어필해야하지??" 하다가 예고편에서 조잡한 느낌만 줘버렸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언급하신대로 캐스팅이 대실패였던게 (존카터도 그랬지만 공주님은 정말 카리스마가 너무 없;;;;)
    영화가 쫄딱 망한 이유라 생각되네요.

    사실 배우들에 대한 불만은 감독에게도 돌아가야하는데 말이죠,
    픽사에서 멋진 명작을 만들어냈던 앤드류 스탠턴 감독은 애니메이션은 잘해도
    살아있는 배우들에게서 원하는 연기를 뽑아내는 실력은 부족했던거 같습니다.
    영화가 아무리 설정이고 스토리고 특수효과고 뭐고 해도, 결국은 배우들이 잘해줘야 다 살아나는 법이잖습니까.

    상당히 맘에 드는 부분이 많았던 영화였기에
    캐스팅 실패와 감독의 미스매치가 너무나도 아쉬웠던 영화였습니다.
  • SKY樂 2014/03/18 21:57 #

    원작 제목이 화성의 공주였다는 점에 비추어보면 공주가 너무 매력이 없었죠. 존 카터뿐 아니라 악역인 인물들도 그렇고..
  • Let It Be 2014/03/18 23:45 #

    2012년에 개봉한 90년대 모험활극영화 전체적이미지부터 카메라연출 각본까지 모두가 90년대수준
  • SKY樂 2014/03/21 14:58 #

    현란한 카메라워크나 복잡한 연출이 과한 것보다는 오히려 안정적이라 나쁘지않다는 느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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