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질라 (2016) 영화,비디오


이 영화속에 등장하는 일본정부를 '무능하다'라고 말하기 쉬운데, 하나하나 따져보면, 총리를 비롯한 각료들과 도쿄도지사, 공무원, 자위대등등 모두들 자기가 하는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다. 오히려 주인공인 야구치야말로 관료사회의 특성인 각 부처의 권한과 규범을 마구 어기고 월권을 지향하는 인물이다. 총리가 주재하는 공식회의에서 확인되지 않은 자신의 주장을 강조하거나, 특정 부처가 아닌 광범위한 부처들을 향해서 비관료적인 지시를 내리는등, 언뜻 보면, 그의 뒤에 뭔가 대단한 권력자가 자리잡은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위기상황에서 일본정부가 실제 저렇게 작동하는지 여부와는 별개로, 영화속 정부는 자신의 역할을 주어진대로 잘 수행한다. 다만 고지라가 너무나 비현실적인 존재라 대처가 안되는 것뿐이다. 변태하는 고지라를 앞에 두고, 공격헬기들이 공격하기 직전에 근처에 발견된 노인들을 보고 총리가 사격중지를 외치고, 그대로 사건을 해결할 기회를 잃어버리는 것은 언뜻 아쉬운 장면처럼 보이기 십상이지만, 실제로는 정부라면 당연히 했을 고민이다.

또 하나 재미있는 포인트는 일본정부가 바라보는 미국에 대한 관점이다. 우리가 동맹국인 미국과 주한미군에 대해서 안보의 동반자이면서도 한편으로는 음모론적인 사고로 의구심을 갖고 바라보는 것처럼, 일본 역시 그렇긴 하지만 우리와는 관점이 좀 다르다. 미국이 도쿄를 폭격하기 위해 괌에서 폭격기를 출격시켰다는 사실을 알고 부랴부랴 미국과 접촉해서 일본정부가 미국에 폭격을 요청했다는 식으로 절차를 밟는 모습은, 현재 일본이 갖고있는 미국에 대한 딜레마가 엿보이는 부분이다. 동시에 미국의 폭격과 고지라의 방사능에 불바다가 된 도쿄의 모습은 이차세계대전 당시 일본이 당했던 일에 대한 역사적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이 작품은 여태 나온 고지라 시리즈들 중에 가장 원조 고지라에 가까운 내용을 담고 있고, 고지라를 퇴치하는 방식도 화학물질에 의한 것이라는 원조 고지라의 방식을 그대로 가져온다. 원조 고지라의 경우에는 세리자와 박사의 희생을 통해서 그것을 이루어 내지만, 신고지라는 관료사회를 떠받치는 현장의 공무원들의 희생을 통해 그것을 이룬다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고지라 퇴치에 큰돈을 쓴 건 미군이라는게 안비밀.

여기에다 후반부에 고지라를 공격하기 위해 신간선과 무인 전철을 이용하는 모습은 아무래도 일본의 오타쿠층들을 노린 한수가 아니었을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간에 도쿄를 불바다로 만들었던 원조 고지라를 좀 더 현대적으로 해석하고, 여기에 감독의 오덕스런 면모를 가미해서 나온 영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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