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측 사과문은 문제의 도화선일수밖에 없는 까닭 잡담


지하철 타고가다가 사과문 봤는데, 보고나서 완전히 폭소를 터뜨렸죠. 뭐 내용 자체가 사과문이라기보다는 일종의 경위서같은 식인데, 한마디로 말하면 '우린 아무 잘못 없음.' 입니다.

내용을 보면 북한이 이번 일에 대해서 국제법 위반사항으로 몰리는 것을 굉장히 꺼리는 서술이 많이 나옵니다. 


귀측이 보도한 바와 같이 지난 22일 저녁 황해남도 강령군 금동리 연안 수역에서 정체불명의 인원 1명이 우리 측 령해 깊이 불법 침입하였다가 우리 군인들에 의하여 사살(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일단 이렇게 사실관계에 대해 본인들이 명확하게 팩트를 제공하는 부분부터 나오죠? 일단 우리가 사살한게 맞다..근데 추정된다입니다. 한마디로 사살은 했는데 명확하지는 않다고 얘기하는거죠. 여기부터 책임회피가 시작됩니다.


사건 경위를 조사한 데 의하면 우리 측 해당 수역 경비 담당 군부대가 어로작업 중에 있던 우리 수산사업소 부업선으로부터 정체불명의 남자 1명을 발견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하였으며 강령반도 앞 우리 측 연안에 부유물을 타고 불법 침입한 자에게 80m까지 접근하여 신분 확인을 요구하였으나 처음에는 한두 번 대한민국 아무개라고 얼버무리고는 계속 답변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보면 실종자를 발견한 곳은 해안이 아니라 바다에서 조업중인 북한 선박이었고 거기서 상대방을 취조한 것으로 나옵니다. 국방부에서는 소연평도에서 북한해안까지 30km를 헤엄쳐서 건너간 점으로 미루어 월북가능성을 얘기했지만 실제로는 바다위에서 상황이 벌어졌다는 얘깁니다. 이정도 거리면, 감시카메라에 다 보일텐데, 어째서 국방부에서는 이 내용이 발표안됐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월북자라면 귀순했다고 얘기를 했을텐데 이런게 없이 답변을 제대로 안했다는 점은 의문입니다. 실종자가 탈진해서 그랬을 수 있는데, 그렇다면 탈북이니 뭐니 얘기나올게 전혀 없잖아요? 국방부가 이 부분때문에 완전히 궁지에 몰린 셈입니다.


우리 측 군인들이 단속명령에 계속 함구무언하고 불응하기에 더 접근하면서 2발의 공탄을 쏘자 놀라 엎드리면서 정체불명의 대상이 도주할 듯한 상황이 조성되었다고 합니다. 일부 군인들의 진술에 의하면 엎드리면서 무엇인가 몸에 뒤집어쓰려는 듯한 행동을 한 것을 보았다고도 하였습니다.

우리 군인들은 정장의 결심 밑에 해상경계근무 규정이 승인한 행동준칙에 따라 10여 발의 총탄으로 불법 침입자를 향해 사격하였으며, 이때의 거리는 40~50m였다고 합니다.



북한군이 법 절차에 따라 사살을 했다는 점을 강조한 부분입니다. 그리고 이게 문재인 정권에게는 가장 큰 뇌관입니다. 일단 해상에서 표류하는 외국인의 신변 보호에 대한 국제법적 기준이 있습니다. 보통 특정 국가의 영해 내, 근해에서 이런일이 발생하면, 해당 국가의 법에 근거해 표류자를 다루게 됩니다. 원래 이렇게 순수한 의미의 표류자에 대한 신변보호는 당연하고, 실제로 국제법에서 복잡해지는 내용은 밀수업자, 범죄자등 말썽꾼들이 배를 타고 올때 형사법으로 취급할 것인지에 대한 부분을 다룹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코로나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비무장의 표류자를 향해서 공포탄으로 위협하는 정도로 모자라 사살까지 한것은 과잉대응 소지가 무척 크죠. 

때문에 이 사과문은 북한이 우리에게 '미안하다 앞으로 잘해보자'라는 의미보다는 '우리 책임 아니고 니들이 알아서 책임져라'라며 문재인 정부에 책임을 떠넘긴거에 더 가깝습니다. 이후 우리 정부가 어떻게 수습책을 마련할지, 그리고 북한에 대한 태도여부에 따라서 선택지가 생긴 셈이죠. 뭐 일단 9.19 군사합의는 개소리라는 건 다 드러난 상황이고요. 이쪽 국경에서 벌어지는 시끌시끌한 문제 대화로 잘 처리하자고 만든 합의인데 그런거 없고 통지없이 사살...로 다 드러났으니.



사격 후 아무런 움직임도, 소리도 없어 10여m까지 접근하여 확인 수색하였으나 정체불명의 침입자는 부유물 우에 없었으며 많은 양의 혈흔이 확인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군인들은 불법 침입자가 사살된 것으로 판단하였으며, 침입자가 타고 있던 부유물은 국가비상방역 규정에 따라 해상 현지에서 소각하였다고 합니다.

현재까지 우리 지도부에 보고된 사건 전말에 대한 조사 결과는 이상과 같습니다.


앞으로 가장 논란이 될 부분입니다. 부유물에 탄 실종자를 사살하고나서 그가 바닷속에 가라앉았는데 제대로 후속 조치를 안했단 소리거든요. 자신들은 방역조치라고 정당화하고 있는데, 시신소각은 굉장히 비인륜적인 사항이라 그런지 슬쩍 시체는 없었다 드립을 치고 있죠. 최소한 실종자의 유품은 우리쪽으로 돌려줄 수도 있었는데 그렇게 하지않고 소각한 것은 방역보다는 증거인멸에 더 가깝죠. 그리고 시체를 소각한게 아니라면 이제 우리당국이 찾으러 가야죠. 한국전쟁 사망자 시신도 찾으러 가는데...

그런데 이걸 군이 다 지켜보고 있었다는게 이 문제의 진짜 핵심입니다. 차라리 실종자가 어찌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이랬으면 북한의 저 통지문을 받고나서 '아 경위가 저러저러 하더라' 이러고 넘어갈수 있는데요, 이미 북한이 사살해서 시체까지 불태웠다고 다 까발렸거든요. 그러니 앞으로 북한과 군이 서로 사실관계 가지고 매우 이상한 대립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우리는 귀측 군부가 무슨 증거를 바탕으로 우리에게 불법 침입자 단속과 단속 과정 해명에 대한 요구도 없이 일방적인 억측으로 ‘만행’, ‘응분의 대가’ 등과 같은 불경스럽고 대결적 색채가 깊은 표현들을 골라 쓰는지 커다란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왜 니들이 실수해놓고 우리보고 뭐라하냐...는건데, 다분히 국제법위반을 염두에 둔 발언입니다. 그동안 여러가지 사건들로 경제제재를 받아온 터라, 이번 일로 또 제재가 더해질까 두려운 눈치가 보이죠. 



우리 지도부는 일어나지 말아야 할 일이 발생했다고 평하면서 이 같은 불상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해상경계 감시와 근무를 강화하며, 단속 과정에 사소한 실수나 큰 오해를 부를 수 있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는 해상에서의 단속 취급 전 과정을 수록하는 체계를 세우라고 지시하였습니다.


다음부터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게 지도부에서 지적했다 뭐 이런건데, 한마디로 이건 현장에서 관리자들이 잘못한거지, 평양의 김정은은 잘 몰랐다는 얘깁니다. 뭐 전형적인 책임회피죠. 현장에서 실수한거라고 하면 당연히 현장 책임자에게 책임을 묻고 그 내용을 우리에게 알려주면 될 것입니다. 그런 것 없이 '불상사다'라는 정도로 슬쩍 회피한거죠.


우리 측은 북남 사이 관계에 분명 재미없는 작용을 할 일이 우리 측 수역에서 발생한 데 대하여 귀측의 미안한 마음을 전합니다. 우리 지도부는 이와 같은 유감스러운 사건으로 인하여 최근에 적게나마 쌓아온 북남 사이의 신뢰와 존중의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게 더욱 긴장하고 각성하며, 필요한 안전 대책을 강구할 데 대하여 거듭 강조하였습니다.

이게 청와대와 민주당과 대깨문과 언론이 '이례적인 사과문'이라고 찬양하는 그 사과내용입니다. 지들이 총으로 쏴 죽여놓고는 '재미없는 작용'이라고 얼버무리고 있습니다. 한 국가(라고 자칭하는)가 이렇게 무책임하고 치졸한 사과를 자기 명의로 보낸다는게 믿어지지 않을정도. 이건 사과했다고 찬양할게 아니라, 사과가 미흡하다고 반발해야 하는 부분인데... 그리 될리는 없겠죠.



앞에도 얘기했지만, 문재인 정부와 국방부가 이 과정을 다 눈뜨고 보고까지 받아가면서 아무런 조치도 안하고 그대로 살해까지 이어진 정황이고 북한의 사과문을 이걸 인정한 꼴이 되죠. 게다가 국방부가 주장하는 월북 운운은 아예 북측에서 언급도 안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이 상황이 여러시간동안에 걸쳐서 이어졌고, 국방부가 발표했듯이 뜬눈으로 이 상황을 다 지켜봤다는 겁니다. 아마 감시카메라로 봤다면 해당 영상 필름이 있을겁니다. 왜 이걸 아직도 국회에서 보존신청하지 않는지는 좀 이상합니다만. 어쨌든 증거가 다 나와 있어요. 살인 사건에서 살인범이 모든 경위를 다 얘기하고, 경찰도 그걸 다 지켜보고 있었으며 심지어 그 살해현장 비디오까지 다 있다... 이건 사건도 아니죠. 그냥 줏어 담으면 되는거에요.

근데 이게 논란이 되고 있는 까닭은 결국 누군가 거짓말을 하고 있기때문입니다. 북한이 사과문을 통지 안했다면 그냥 '북한이 개새끼'로 몰로가게 될 일이었는데, '우린 적법하게 일 처리했음'하고 북측이 고지했으니, 일이 더 복잡해진 겁니다. 한마디로 범죄자의 일방적인 살인사건에서, 경찰의 살인 방관 방조혐의가 더해진 것도 모자라서, '피해자 명예훼손 및, 유가족에 대한 여론몰이 가짜뉴스 유포'까지 더해지고, 여기에다가 '대통령, 청와대 안보실, 국방부, 통일부, 국정원, 해양수산부, 해경'의 직무유기에 국민의 생명권을 지켜야 할 '헌법의 위반'까지... 괜히 제가 탄핵 운운하는게 아니죠?

무엇보다 중요한건, 얼마전 청와대는 북한 김정은과 문재인간에 서신이 교환되었다는걸 밝혔다는 겁니다. 즉, 핫라인이 있었다는거에요. 근데 국민이 잡혀있는데 아무런 조치도 안했다... 왜 이 문제의 핵심이 대통령인지 이제 이해가 가십니까?

이런 총체적인 정부 실종 사건은 정말정말 50년에 한번 나올까 말까한 일입니다. 아니 해당 국민, 그것도 국가공무원이 북에 잡혀서 취조까지 몇시간 받고 바다에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안했다는 것부터가 문제가 매우 큽니다. 이걸 정부는 '공무원이 월북하려고'라고 뒤집어 씌운뒤에 '북한의 만행 운운'하면서 북측 잘못으로 몰고간건데, 실상은 '정부와 군이 눈뜨고 우리 국민이 바다위에서 조리돌림 당하는걸 지켜만 보다가 사살되서 시신이 유기되는 것도 구경하다가 월북자 드립을 치면서 책임 회피를 한 총체적 난국'이 이 사건의 본질인 거고, 무엇보다 그 중심에 문재인 대통령이 있다는게 심각한거죠. 심지어 이런 상황이 하루종일 진행되고 있었는데도 엠바고 걸어서 보도도 못하게 했어요.

이 사건은 이인영이나 국방부장관을 조질 일이 아니라 그 윗선에 책임을 가려야 하죠. 제가 보기엔 다 보고 받고 있었을거로 보입니다. 무엇보다 대통령이 신경쓰는 북한관련 문제인걸요. 직접 안챙겼을리가 없죠. 정보라인에서 월북 운운하니까 남북관계에 악영향 미칠까봐 쉬쉬하다가 그대로 사살되니까 상황이 완전히 복잡해져 통제불능수준으로 이어진 걸로 보입니다. 핵심 안보라인이 여기 다 개입되어 있습니다.

이게 미국에서 벌여졌으면 트럼프는 대선 발도 못담급니다. 정상적인 국가라면 이 문제는 북한이 잘했니 못했니의 차원이 아니라 그냥 국가의 기본적인 안보시스템이 붕괴된거라고 봐야 하는거에요. 이제 어느 국민이 안심하고 살겠어요? 코로나요? 걔는 잠복기라도 있지, 북한의 총구는 그냥 쏘면 썰리는걸. 그걸 막아줄 군대도 경찰도, 정부도 없는 나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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