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조국 전선, 야당의 투쟁 잡담


오늘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삭발을 했다. 조국씨의 법무장관 임명 이후 정치인의 세번째 삭발이지만, 제1야당 대표가 직접 삭발을 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야당 대표의 삭발이 얼마나 조국씨 정국에서 영향력을 발휘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이전에 있던 이언주 의원의 삭발의 영향이 있었던 것 같다. 

조국씨 정국에서 제1야당의 가장 뼈아픈 부분은 이 문제를 이끌어가는 동력을 제대로 갖고있지 못하다는 점이다. 보통 권력형 사건의 경우, 그와 관련된 많은 제보들이 제1야당에 집중되곤 한다. 하지만 이번 청문회를 전후로 보면 자유한국당은 폭발성이 강한 정보를 제대로 휘두르지 못하는 경향들이 많다. 검찰의 압수수색이 시작되면서 정보들이 폭발적으로 쏟아져나왔는데, 이때문에 오히려 자유한국당이 청문회에서 이용할만한 정보들이 미리 노출되고 상대가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제공한 격이 되었다. 이후로 조국씨 정국의 주도권은 완전히 검찰로 넘어갔다.

황교안 대표의 삭발은 다른편으로 보면 변변한 무기를 가지지 못한 야당의 한계를 보여준다. 보통은 여론몰이를 통해서 청와대와 여당을 압박해야 하는데, 오히려 상대방의 팬덤 지지층의 여론몰이에 역공을 당하고 있다. 인터넷 여론몰이에 대한 대책이 제대로 없다는 점만 봐도 야당의 대 여론 조직력이 얼마나 많이 와해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자유한국당은 아직도 박근혜 탄핵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한 셈이다. 

지금 청와대, 법무부, 여권 전체가 검찰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는 것은, 야당의 공세가 두렵지 않기때문이기도 하다. 이전에도 말했었지만, 야당이 여론을 적절하게 움직여주지 못하면 아무리 기소권을 가진 검찰이라 하더라도 인사권자인 대통령과 법무장관의 영향력을 뿌리치기는 힘들다. 윤석열이 아무리 옹고집이라 해도 적절한 이유를 만들어 해임해버리면 그만이다. 지금 정국에서 검찰총장이 해임된다 하더라도 일부 팬덤에 의해 왜곡되는 여론이 크게 파문이 일어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그만큼 야당의 정치적 역할이 중요한 것이다.

조국씨 이슈로 인해서 여권지지층 일부가 이탈한다 하더라도 이들이 자유한국당 지지자로 이동되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정치 지지층은 그렇게 쉽게 등을 돌리지 않는다. 여러가지 이해관계, 이익관계, 그리고 공감대가 맞아야 그것이 가능하다. 그런데 과연 지금의 자유한국당이 박근혜가 탄핵당하던 시절의 그 자유한국당과 크게 다른지 반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현 집권세력에 회의감을 갖더라도 새로 기댈만한 정치세력이 없다면 그들은 낭인이 되거나 다시 집권세력으로 흡수될 뿐이다. 자유한국당의 문제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적어도 탄핵을 당한 경험이 있다면 그에 대한 나름의 답안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지난 2년반동안 자유한국당은 당대표가 두번 바뀌고, 비대위가 한번 들어섰음에도 이 답안이 완전히 나오질 않는다. 아직도 내부에서는 친박과 비박이라는 헤묵은 갈등이 노출된다. 이런 정치집단에 한번 등을 돌리고 다시 되돌아설 유권자는 많지 않다. 조국씨 정국이 사회의 공정함에 대한 상식과 몰상식의 싸움이라고 한다면, 마찬가지로 자유한국당 지지라는 이슈도 정치에 대한 상식과 몰상식의 경쟁이다. 

친박을 당장 내치라는 얘기가 아니다. 현실적으로 친박의 지분을 빼고 정치를 하는 것은 의미가 없는 주장이다. 중요한 것은 문재인 정권이라는 현 집권세력이 내놓고 만들어가는 대한민국의 미래상에 대해 확실하게 경쟁할 수 있는 청사진이 필요한데, 그 청사진이 과거 박근혜 정권의 그것과 동일하다면 과연 유권자들이 자유한국당을 지지하겠느냐는 것이다. 상대가 내세우는 개혁이 불공정과 몰상식의 오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동안에, 자유한국당이야말로 이를 대체할 새로운 공정과 상식에 기반한 보수적 개혁의 청사진이 나.와.있.었.어.야.했.다.

조국씨의 검찰개혁 주장에 여론전에서 일방적으로 밀리는 까닭은 '검찰개혁의 필요성'은 다들 공감한다면서도 그 방법론에 대한 공감대를 어느 정치세력도 갖추지 못하기때문이다. 다들 개혁은 외치지만, 어떤 개혁을 해야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서는 제대로 말하지 않다보니 가장 급진적인 주장을 담은 집권세력의 주장이 여론전에 우세해진다. 이것은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제1야당은 보수통합 같은 물리적인 몸집 불리기에 애쓰기보다는 정신무장부터 제대로 해야한다는 얘기다.

내년 총선은 정권심판론으로 흐를 가능성이 높지만, 무조건 정권심판론이 된다고 선거에서 야당이 유리해지는 것이 아니다. 정권심판론이라는 것은 현 집권세력의 정책이 불협화음과 안좋은 성과를 내고 있을 때 드러난다. 하지만 이를 상대할 야당이 그와 별반 다르지 않거나. 헤묵은 논리를 가지고 미래의 집권세력이 되겠다고 나서면 유권자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노무현 vs 박정희) 지금은 1960년대도 아니고 2000년대도 아닌 이제 곧 2020년이 된다. 유권자들에게 좋은 선택지를 마련해 주는 것이야말로 야당들의 기본적인 역할이다.

야당이 총선에 승리하는 유일한 공식은 더하기 뺄셈의 정치공학이 절대 아니다. 실질적으로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을 단순 합산해도 나머지 세력보다 수가 적다. 여기에 앞으로 (여권세력에 유리해지도록) 바뀔 선거제도의 변수도 있다. 총선에서 보수가 집권세력을 견제할 수 있을 정도로 선전하려면 싸움의 질이 바뀌어야 한다. 숫자와 숫자, 지역과 지역, 민족주의와 반민족주의의 싸움이 아닌, 상대가 파괴하려는 국가의 가치에 대한 치열한 노선투쟁의 장이 될 필요가 있다. 

친박이든 비박이든 상관없이 (어차피 둘다 무능하고 둘다 천박하다) 이 새로운 과제와 가치, 미래상을 제대로 만들고 그것을 국민들과 공감하고 거기에 몸담으면 그것이야말로 박근혜와 문재인 양쪽 모두 청산하는 과정이 되는 것이다. 문제는 지금 야당들중 누구도 여기까지 손을 담그는 경우가 없다. 정의당과 군소정당들은 스스로의 흠결은 그대로 두고, 선거법을 야합으로 고쳐서 금뱃지를 늘리려고 하고 있고, 여당은 피의자나 다름없는 법무장관을 자기들 손으로 만들어내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자정능력은 상실한지 오래다. 지금 정치의 문제는 어느 특정 정파의 문제가 아니라 매일매일 몰상식이 상식에 승리를 거두고, 그것을 직접 바라보며 정치에 대해 희망을 상실해가는 유권자들을 위로하고 품으려 하는 올바른 정치세력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는데 있다. 그나마 여기 상대적으로 가까이 다가가 있는 것이 제1야당이지만, 그들은 스스로의 오물을 닦아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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